오늘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넓은 우주가 빵~ 하고 빅뱅으로 인해 태어났다고들 하는데, 그럼 빅뱅 이전에는 과연 어떤 세계가 있었을까? 어떤 창조자, 혹은 빅뱅 이전의 무언가가 있어야만 우주의 탄생도 가능한 것 아닐까? 그런데 그 창조자나 빅뱅 이전의 무언가도 분명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생겨난 결과물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어떤 것'은 또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 저 의문의 답은 인간의 이성적 능력으론 영원히 알아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진보한다 하여도, 모든 것이 인과관계의 사슬로 이뤄져 있는 이 세상에서 원인 없는 결과란 상상할 수 없기에 아무리 원인을 쫓아 무한소급을 한다 하여도 그 시작점을 찾아낼 수는 없다. 아니,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그 시작점은 존재할 수가 없다.
결국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다른 해답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세계라는 결과물에 대한 원초적, 태초적 원인이 저 멀리 무한대의 세계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신이라는 절대자의 존재를 상상해 보는 것이며, 셋째는 인간의 이성과 논리 자체를 부정, 아니 100%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답은 논리적으로는 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알 수 없다'라는 것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에 결국 제자리이다. 즉, 실제적인 해답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두 번째 답은 인간의 치열한 탐구욕을 무시한채 신에게 모든 해답을 맡겨버리는 무책임함의 자랑일 뿐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해답은?
개미의 눈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면 어떨까? 개미는 인간 자체를 상상하지 못한다. 아니, '상상'이라는 능력 자체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이 가진 능력인 이성, 논리력 따위도 당연히 개미에겐 기대할 수 없다. 개미에게는 단지 식량을 찾아 저장해야 한다는 생각, 혹은 적이 나타나면 맞서 싸워야 하다는 생각만이 있을 뿐이다. 개미들의 의식 수준에선 그것만이 '절대 진리'이다. 따라서 이러한 개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작은 사회 이상의 세계를 상상할 수 없다.
결국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개미가 인간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인간세계를 인식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도 더 넓은 세계를 완전히 인식하고 상상할 수 없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개미를 보는 것 만큼이나 인간도 하나의 티끌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절대적이라 믿는 인과관계, 논리, 이성 등도 사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절대 진리'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절대적 진리라고 믿는 수학적 사실 조차도 사실 절대적이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 어떨까? 즉, 인간의 논리로 보았을 때 1+1은 2이지만, 사실 2가 아닐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1+1이 2라는 공식이 전 우주에서도 통용되는 진리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구에선 통용되는 인과적 논리가 모든 우주에서 통용되는 절대적 법칙이 아님을 인정한다면 이 세계의 근원에 대한 색다른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물론 이를 인정한다고 하여 바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해답에 한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몇 천년, 몇 만년이 지나 인간의 정신적 능력과 과학이 계속 진화하고 발전하여, 그로인해 인과율을 뛰어 넘는 새로운 상상의 도구가 발견된다면 말이다.
서기 1만 5678년, 한 지구인이 그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옛날 호모하빌루스들은 말이지, 인과율이라는 것밖에 몰라 거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신이라는 것까지 만들어 냈단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 결국 발전이란 자신이 절대적이라 믿는 것을 스스로 깨고, 그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벗어날 때에만 가능한 것이란다"